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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브랜드 출근 1개월차 후기 (패션위크 준비기간)

앵쥬 2020. 7. 3. 13:00

디자이너브랜드 출근 1개월차 후기



사실 지금 시점은 9개월차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1개월차때 한 일들과 느낀 감정들을 공유하고자 그때를 상기하며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저와 같은 상황을 겪거나 이런 후기들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제 스스로가 나중을 다시 돌이켜볼때를 위해서 작성합니다.

저는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이나 상황을 '내 카카오톡 대화창'에 보내는 습관이 있어서 그것을 참고하면서 쓰겠습니다.





9월 말에 입사를 했고 아무래도 패션쇼를 준비하는 과정중에 들어간거라 첫날부터 정신없고 바빴다.

그동안 내가 조금씩 일해본 회사들은 칼퇴가 가능했고 나는 칼퇴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디자이너 브랜드에 가기 전에 야근에 대한 걱정이 있었고 야근이 있다면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면접을 볼 때 "우리는 야근이 없다.  조금 시간이 오버될 순 있지만 칼퇴를 지향한다." 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9시30분~6시30분 근무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9월23일 6시35분 퇴근

9월24일 6시50분 퇴근

9월25일 7시30분 퇴근

9월27일 6시30분 퇴근


10월1일 7시 퇴근

10월7일 6시50분 퇴근

10월8일 7시10분 퇴근

10월11일 7시 퇴근

10월14일 9시30분 퇴근

10월16일 11시 퇴근

10월17일 8시30분 퇴근

10월23일 7시 퇴근


한달간 약 이렇게 퇴근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1시간이 넘기때문에 퇴근시간이 10분이라도 늦으면 정말 싫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몇시간씩 더 한 날들에 대한 추가수당은 없다.

(추가 수당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처음 입사하자마자 이것저것 많이 시키니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이전에 인턴했던 곳과 업무가 비슷한 부분도 많아서 금방 습득하였는데 만약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쉴 틈 없이 혼란스러웠다.  

주문배송, 창고정리, 동대문 시장 심부름, 사이트 관리 등등 체계적이고 순서적인 업무가 아니라 이거시키고 저거시키고..


신상 룩북촬영, 패션위크 런웨이때 함께 착용할 신발, 악세사리를 구해야하는데 직접 다 구매하면 지출이 크고 낭비가 되니까 다른 브랜드에게 협찬을 받아야했다.  이것은 해당 브랜드 담당자 메일로 협찬을 부탁하는 공문을 작성하여 보내고 가능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고 제품을 빌리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생각보다 메일에 답변을 안주는 곳이 많아서 직접 또 전화로 메일 확인 후 회신 부탁드린다고 연락을 드려야했다.

굉장히 불편하고 답변을 안주는 경우도 많으며, 일정안에 마음에 드는 제품들 협찬을 받아야하기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라 정말 힘들었다.  이건 보통 디자이너브랜드 대표의 인맥으로 진행될때가 제일 수월하다.




또 힘들었던 것은 패션쇼 당일날이었다.

나는 아직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고 신상품에 대한 정보도 많이 모르고 모델도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데, 000모델에게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헤어 악세사리를 해야한다고 요청받았을 때 굉장히 헷갈렸다.

솔직히 내 눈에는 다 비슷해보였고 사람들도 한두명이 아니라 거의 30명 이상 되가니까 누가 누군지 하루만에 어떻게 기억을 하는가.

실제로 일하면서 우왕좌왕했고 런웨이를 위한 일든은 다른 스태프분들이 진행할 일이 많아서 나는 의상을 잘 착용했는지만 확인하면 되었다.

내 스스로가 뭐하고 있는건지 생각이 들고, 누가 따로 나에게 신경쓰거나 하지 않으며 어떤 것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이날은 정말 현타가 많이 왔다.

모델들 중에는 좋은 성격도 있지만 남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과 거만한 모델들도 꽤 많았다.

내가 왜 저들에게 무시를 받아야 하는지 어이가 없었고, 앞으로 내가 브랜드를 운영할 때에는 저런 모델은 쓰지 말아야지 생각을 했다.

대표는 지인들과 초대한 셀럽들과의 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패션쇼가 끝난 뒤에는 뒤풀이나 행사를 즐길 겨를도 없었다.

끝난 뒤 옷정리, 준비한 모든 짐들을 싸고 택시를 타고 사무실에 가서 짐을 두고 늦은 시간에 퇴근하였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리 맛보고 경험하려고 들어왔지만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지고 많은 생각이 드는 나날들 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그만두고 싶기도 했지만 나는 고용지원사업을 통해 입사했기 때문에 3개월을 근무하면 9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3개월만 버텨서 90만원 받고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창업을 위한 도움을 얻자는 마음으로 계속 다니기로 결정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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